알아두면 좋은 알코올에 대한 이야기
◈ 알코올의 성질
알코올 분자는 수많은 살아 있는 세포들이 화학적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당 분자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집니다. 대부분의 세포는 다시 이 알코올 분자를 분해해 그 속의 에너지 내용물 역시 끌어냈습니다. 그런데 몇몇 효모는 이 규칙의 위대한 위반자들입니다. 이들은 주변에 알코올을 배설합니다. 치즈나 채소 절임 속의 젖산, 허브와 향신료의 강력한 향과 마찬가지로 와인과 맥주 속의 알코올은 방어용 화학무기로, 효모는 다른 미생물과의 경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것을 사용합니다. 알코올은 살아 있는 세포에 독성을 띱니다. 우리가 인간을 위해 알코올을 생성하는 효모조차 일정한 양까지만 내성이 있습니다. 알코올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운 기분은 알코올이 우리 뇌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 효모와 알코올 발효
효모는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미세한 단세포 곰팡이로 160여 종이 있습니다. 이것들이 모두 유익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과일과 채소의 부패를 유발하며, 일부는 인간에 질병(예를 들어 칸디다 알비 킨스 효모 감염)을 유발합니다. 빵과 알코올성 음료를 만드는 데 이용되는 효모는 대부분 사카로 미 케스(Saccharomyces) 속에 속하는데, 이는 ‘설탕 곰팡이’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우유를 삭히기 위해 특정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이들을 배양합니다. 그것들은 음식물이 다른 미생물의 감염에 저항력을 갖게 만들며, 대체로 우리 인간의 입맛에 맞는 물질을 생성합니다. 산소가 거의 없는 곳에서도 살 수 있는 효모의 생존 능력은 효모의 알코올 생성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입니다. 살아 있는 세포는 대부분 연료 분자를 연소하여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반드시 산소가 있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물을 생성합니다. 산소가 없으면 연료가 불완전하게 분해됩니다. 산소 없이 포도당으로부터 에너지를 생성하는 방정식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C6H12O6 →2CH3CH2OH+2CO2+에너지
(포도당→알코올+이산화탄소+에너지)
효모는 포도즙이나 으깬 곡물에 독특한 풍미를 주는 여러 다른 화합물을 끌어들입니다. 예를 들면 감칠맛의 호박산을 생선 하며,또 아미노산을 액체인 ‘고도’ 알코올, 즉 긴 사슬 알코올로 변형합니다. 또 알코올과 산을 결합하여 과일 향을 내는 에스테르를 만들어 내며, 익힌 채소•커피•토스트 등을 연상케 하는 황 화합물을 생성합니다. 그리고 효모 세포가 죽으면 그 효소가 죽은 세포를 대사해 그 내용물을 액체 속으로 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액체 속에 계속 풍미를 발생시킵니다. 효모 세포는 증식하면서 계속 단백질과 B계열 비타민을 합성하기 때문에 실제로 과일즙이나 으깬 곡물을 신선했을 때보다 더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만듭니다.
*보충 내용에탄올, 즉 보통의 알코올 – 다목적적인 에탄올 분자들의 한쪽 말단은 지방과 기름의 지방산 탄소 사슬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다른 쪽 말단은 물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현대 생물학의 도운 출현을 도운 알코올 발효
발효의 수수께끼는 유스투스 폰 리비히와 루이 파스퇴르를 비롯한 몇 명의 19세기 최고 고집불퉁 화학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으며, 그리하여 미생물학이라는 학문의 탄생에 기여했습니다. 최초로 순수 배양 조직에서 분리된 미생물 유기체는 1880년 무렵 코펜하겐의 칼스버그 맥주회사의 실험실에서 준비된 맥주와 와인 효모였습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세포가 다른 분자를 변형하기 위해 사용하는 놀라운 단백질 분자를 가리키기 위해 ‘효소(enzyme)’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는데, 이 단어는 그리스어로 ‘효모에 있는’이라는 뜻으로, 바로 거기에서 당이 알코올로 변형됩니다.
*알코올의 성질
화학에서 알코올이라는 용어는 비슷한 분자 구조를 가진 하나의 커다란 물질 집단을 가리키는 데 쓰입니다. 그러나 일상어에서는 그 가운데 한 특성 성원만을 가리키는데, 이것을 화학자들은 에틸알코올 또는 에탄올이라고 부릅니다. 이 장에서 나는 알코올이라는 용어를 보통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하지만 ‘고도’ 알코올,즉 알코올 가족에 속하면서 에탄올보다 더 많은 원자를 가진 알코올을 가리키는 데도 사용됩니다.
*물리적•화학적 특성 : 정제 알코올은 맑고 색깔이 없는 액체입니다. 알코올 분자는 작은 분자이며, 분자식은CH3CH 2OH입니다.보다시피, 이 분자의 뼈대는 단 2개의 탄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알코올 분자의 한쪽 말단인 CH3는 지방 또는 기름과 유사한 반면에 다른 쪽 말단인 OH 집단은 물 분자의 2/3에 해당합니다. 그 덕분에 알코올은 양면성을 가집니다. 알코올은 물과 쉽게 섞일 뿐 아니라 세포막(알코올은 세포막을 쉽게 통과합니다.) 향 분자, 카로티노이드 색소(알코올은 세포에서 이 색소들을 쉽게 끌어냅니다.)와 같은 지방질 물질과도 쉽게 섞입니다. 효모에 의해 소량 생성되어 증류수에 농축되어 있는 고도 알코올은 더 길고 지방과 유산한 말단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지방과 더 유사하게 행동합니다. 이것들은 위스키와 그 밖의 증류주에 기름처럼 끈적끈적한 성질을 부여합니다. 이것들은 우리 인체의 세포막에도 농축되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단순 알코올보다 신경 자극성이 강하고 다양성도 더 강합니다. 알코올의 물리적 성질 가운데 몇 가지는 요리사와 미식가들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 알코올은 물보다 휘발성이 강하며, 더 쉽게 증발하고, 끓는점이 낮다. 알코올을 와인이나 맥주보다 훨씬 강한 용액으로 증류할 수 있는 것은 78℃라는 낮은 끓는점 덕분입니다.
• 알코올은 가연성 물질로, 브랜디나 럼주를 연료로 삼아 불길이 일렁거리는 화려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음식물이 그슬리지 않는 것은 연소열이 증류주에 들어 있는 수분의 증발로 완전히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 알코올은 물보다 훨씬 낮은 -114℃의 어는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한겨울의 추위나 냉동실에서도 알코올성 액체를 농축할 수 있습니다.
• 주어진 부피의 알코올 무게는 같은 부피의 물 무게의 80퍼센트이며, 따라서 알코올과 물의 혼합물은 순수한 물보다 가볍습니다. 이 점을 이용해 층위를 형성하는 칵테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알코올과 풍미 : 우리는 우리의 미각, 후각, 촉각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음식물 속에 들어 있는 알코올의 존재를 경험합니다. 알코올 분자는 당 분자와 약간 닮았으며, 실제로 약간 단맛이 납니다. 증류주나 일부 강한 와인에서처럼 고도로 농축된 알코올은 신경을 자극하며, 콧속과 입안에 알싸하면서 ‘뜨거운’ 느낌을 줍니다. 알코올은 휘발성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그 자체의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는데, 풍미를 내지 않은 곡주나 보드카 같은 매우 순수한 술에서 그 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농축 알코올은 다른 향 화합물과 화학적 친화성을 가지고 있어서 음식물과 음료 속의 향 물질과 결합해 그것들이 공기 속으로 달아나는 것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1퍼센트 안팎의 낮은 농도에서는 오히려 과일 에스테르와 그 밖의 향 분자가 더 쉽게 공기 속으로 방출되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아주 적은 양을 넣거나 또는 장시간의 조리를 통해 알코올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는 경우에, 와인과 보드카 등은 여러 요리에 두루 쓰일 수 있는 귀중한 재료가 됩니다.
* 살아 있는 것들에 미치는 영향 : 알코올은 그 화학적 양면성 덕분에 지방과 유사한 분자로 이루어진 세포막을 쉽게 뚫고 들어가 세포막 단백질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충분히 고도로 농축된 알코올은 세포와 그 주변의 경계를 무너뜨려 세포를 죽일 수도 있습니다. 알코올을 생성하는 효모는 약 20퍼센트 농도까지 견디며, 대부분의 다른 미생물은 그보다 훨씬 낮은 농도에서 죽습니다. 와인처럼 산이나 당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미생물에 이보다도 훨씬 효율적으로 독성을 발휘합니다. 맥주나 와인과 달리 증류주와, 셰리주나 포트와인 같은 주정 강화 와인이 마개를 딴 이후에도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술을 마신 뒤의 기분 좋은 취기도 따지고 보면 우리 신경계 전체에 걸친 세포와 및 단백질의 경미한 장애 증상입니다.
* 약물로서의 알코올: 중독
알코올은 약물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퍼져 들어간 온갖 조직의 작용을 변화시킵니다. 술의 가치는 그것이 우리 중추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에 있습니다. 거기서 술은 마약으로 작용합니다. 술이 평소보다 활기차고 흥분된 행동을 자극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실은 여러 가지 억제를 통해 행동을 통제하는 고도의 뇌 기능을 둔화한데 다른 증상입니다. 뇌에 더 많은 알코올이 공급될수록 알코올은 점점 더 기억, 집중, 사고 전반, 근육의 조응 능력, 언어, 시각 등과 같은 기본적인 기능을 방해합니다.
술에 취한 정도는 세포 내 알코올 농도에 달려 있습니다. 일단 소화계를 통해 알코올이 흡수되면 혈액이 그것을 몸 안의 모든 액체 속으로 보내며, 알코올은 쉽게 세포막을 통과해 모든 세포들 속으로 뚫고 들어갑니다. 덩치가 큰 사람은 덩치가 즉은 사람보다 같은 양을 마셔도 덜 취하는데, 그것은 덩치가 크면 몸안의 액체와 세포의 총부피가 더 크고, 그만큼 알코올이 더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엉망이 된 근육의 조응 능력이나 충동적 행동은 대개 형중 알코올 농도가 0.02~0.03퍼센트일 때 나타납니다. 나뒹굴어지는 정도의 취기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5퍼센트의 결과이며, 0.4퍼센트가 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알코올은 비교적 약한 약물입니다.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려면 몇 밀리그램이 아니라 몇 그램을 섭취해야 하며,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를 해치지 않으면서 적당한 양의 와인과 맥주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마약성 약물과 마찬가지로 알코올도 중독성이 있으며, 따라서 습관적인 과음은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술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비극과 때 이른 죽음의 원인이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알코올과 알코올의 일차적 대사에 의해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 분자는 인체의 여러 기관과 시스템을 망가뜨립니다. 따라서 이것들이 몸 안에 계속 있게 되면 심각한, 심한 경우에는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는 온갖 치명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인체는 알코올을 어떻게 대사 할까요?
인체는 일련의 화학반응을 통해 알코올을 분해하고, 그러한 반응에서 방출된 에너지를 소비함으로써 알코올을 제거합니다. 알코올의 화학구조는 당 및 지방과 유사하며, 그 둘의 중간쯤 되는 1그램당 7칼로리(당은 1그램당 4칼로리, 지방은 9칼로리다) 정도의 영양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전체 칼로리의 5퍼센트 정도를 알코올로부터 공급받는데, 심한 주당들은 그 비율이 이보다 훨씬 큽니다.
알코올은 위장과 간에서 분해되어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알코올은 소장으로 내려가 혈액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위장에서 ‘1차’ 대사에 의해 일부가 소비됩니다. 그 비율은 남자는 30퍼센트, 여자는 10퍼센트 정도입니다. 그 때문에 술을 마실 때 남자들의 혈중 알코올 수치가 여자보다 느리게 올라가며, 따라서 더 많은 양을 마셔야 알코올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각 개인의 알코올 처리 능력은 유전적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대체로 우리 인체는 시간당 10~15그램의 알코올을 대사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매 60~90분 사이의 통상적인 음주량에 해당합니다. 혈중 알코올 수치는 술을 마신 뒤 30~60분 사이에 최고치에 이릅니다. 음식, 특히 지방과 기름은 위장 속 알코올이 소장으로 내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지연하고, 위장 효소가 더 많은 활동 시간을 갖게 해 주며,혈중 알코올의 상승을 지연하고, 빈속에 마셨을 때보다 정점에서의 혈중 알코올 수치를 절반 정도로 감소시킵니다. 다른 한편 아스피린은 위장에서의 알코올 대사를 방해하며, 따라서 혈중 알코올 수치를 급격히 상승시킵니다. 스파클링 와인(탄산 와인)과 맥주 속의 이산화탄소 기포도 같은 효과를 일으키는데, 그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알코올과 요리
요리사들은 와인•맥주•증류주를 감칠맛이 나는 수프, 소스, 스튜에서부터 스위트 크림과 케이크, 수플레와 소르베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요리에 재료로 활용합니다. 이것들은 신맛•단맛•감칠맛(글루탐산과 호박산에서 기인합니다.)을 비롯한 특유의 풍미와, 알코올과 그 밖의 휘발성 물질에서 기인하는 깊은 향을 더해 줍니다. 그러나 레드와인의 떫은맛과 대부분의 맥주가 지니고 있는 쓴맛은 요리사들에게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알코올 자체는 풍미 분자와 색소 분자, 그리고 음식물 속의 다른 물질과 결합해 새로운 향과 더 깊은 맛을 생성하는 반응성 분자를 추출하고 용해할 수 있는 – 물과 기름에 이어 – 제3의 액체입니다. 다량의 알코올은 음식물 속의 다른 휘발성 분자를 붙잡아 두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미량의 알코올은 그 휘발성을 높여 향을 강화합니다.
알코올 자체는 요리사에게 유용할 수도 있고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알코올은 약간 약처럼 느껴지는 알싸한 맛을 가지고 있는데, 뜨거운 음식물 속에서 이러한 성질이 강화되면 거친 맛이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요리사들은 알코올은 첨가한 소스를 팔팔 끓여서 알코올은 최대한 증발시킵니다. ‘불길이 일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이름을 빌린 플랑베(flamle)라는 화려한 요리에서는 가열된 증류주나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 증기에 불을 붙여 일렁거리는 불길이 알코올은 태워 버리고 요리에 살짝 그슬린 냄새가 배게 만듭니다. 하지만 어떠한 기술로도 음식물에서 알코올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합니다. 실험에 따르면, 장시간 끓인 스튜의 경우에는 애초에 첨가한 알코올의 5퍼센트 정도가 남고, 짧게 익힌 요리에서는 10~50퍼센트까지 남습니다. 플랑베에서는 75퍼센트 정도가 남습니다.
*알코올성 액체와 나무통
와인과 맥주에서 가장 좋은 점은 미생물이 과일즙과 맛있으면서도 기분 좋게 취하도록 만드는 어떤 것으로 ‘부패’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몇 세기 전, 와인과 증류주 제조자들은 또 다른 놀라운 좋은 것을 찾아냈으나 그것은 바로 와인•증류주•식초를 나무통에 보관하는 것만으로 거기에 새롭고 보완적인 맛이 추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크 나무와 그 성질 : 유럽에서는 밤나무와 삼나무, 미국에서는 미국삼나무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와인과 증류주 속성에 쓰이는 대부분의 통은 오크 나무로 만듭니다. 오크 나무의 심재(心材), 즉 가장 오래된 속 부분은 바깥쪽의 생장 층을 지탱해 주는 죽은 세포 덩어리입니다. 심재 세포는 끈질긴 곤충들의 공격을 단념시키기 위한 화합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 대부분은 타닌이며, 정향희 에 우게 놀,바닐라의 바닐린, 그리고 코코넛과 복숭아에 특징적인 향 물질의 친척이자 오크 나무 향을 내는 ‘오크 락톤’등의 화합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재 고형물의 90~95퍼센트는 세포벽 분자, 셀룰로스, 헤미셀룰로스, 리그닌입니다. 이것들은 대개 불용성이지만 리그닌은 강한 알코올에 의해 부분적으로 분해되어 추출되며, 또 통을 만드는 과정에서 목재에 열을 가할 때 새로운 향 분자로 변형되기도 합니다.
통 제조업자들은 주로 2종의 유럽산(Quercus robur Q. sessilis), 10종의 미국산 오크 나무를 사용하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치하는 것은 화이트 오크 나무(Q. alba)입니다. 유럽 종은 대개 와인 통에, 미국 오크 나무는 추출 가능한 타닌의 수치가 낮고 오크 락톤과 바닐린 수치는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 나무통 만들기 : 성형과 가열 : 나무통은 만들기 위해 나무통 제작자는 심재를 여러 조각으로 쪼개고, 건조하고, 얇고 길쭉한 막대 모양으로 다듬어 대충 테에 끼워 맞춘 다음, 유연성을 높여 쉽게 최종적인 통 모양으로 구부릴 수 있도록 열을 가합니다. 유럽에서는 불을 붙인 나뭇조각들이 들어 있는 조그만 화로를 이용해 통 내부를 200℃까지 가열합니다. 일단 물러진 나무 막대들을 테를 둘러 최종적인 위치에 단단하게 고정하고 난 뒤 닷 그 내부를 5~20분 동안 150~200℃까지 더 ‘굽습니다.’ 미국에서 위스키 통을 만들 때는 이보다 더 극단적이어서 테를 두른 나무 막대들을 먼저 쪄서 무르게 만든 다음에 배럴 내부를 15~45초 동안 가스버너를 이용해 까맣게 태웁니다.
* 나무통의 풍미 : 새 통에 알코올성 액체를 보관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첫째, 타닌, 오크 나무와 정향과 바닐라 향 물질, 당, 갈변 반응의 산물, 배럴을 가열할 때 형성된 연기 냄새를 내는 휘발성 물질 등 색깔과 풍미에 기여하는 온갖 용해성 물질이 이 액체에 추출됩니다. 위스키 숙성에 쓰이는 까맣게 태운 미국식 나무통의 탄화된 표면은 활성 숯 흡수제처럼 작용해 위스키에서 몇 가지 물질을 제거해 버림으로써 풍미의 숙성을 가속화합니다. 나무의 틈과 구멍은 이 액체가 제한된 양의 산소를 흡수하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와인이나 증류주, 나무 성분들, 산소의 풍부한 화학적 혼합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반응을 겪으면서 서서히 조화로운 평형을 향해 나아가 갑니다.
새 오크 나무통은 그 안에 저장된 액체에 뚜렷한 풍미를 주는데, 때로는 섬세한 와인 본연의 성질을 압도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와인 제조자들은 새 통에서의 숙성 기간을 제한하 거나,기왕에 그 풍미 성분 대부분이 추출된 중고 나무통을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그것을 통제합니다.
* 나무통의 대안 : 오크 나무통은 가격이 비쌉니다. 그래서 값비싼 와인이나 증류주를 숙성시킬 때만 사용합니다. 비교적 값싼 술에 오크 나무 풍미를 불어넣는 또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나뭇조각들을 물에 넣고 끓여서 만든 브와제(boises)라는 추출물은 코 낙과 아르마냑을 비롯한 프랑스산 브랜디의 전통적인 마감 첨가물입니다. 최근에 와인 대량생산 업체에서는 강철을 비롯한 비활성 물질로 만든 컨테이너에서 숙성하는 와인에 나무통에 썼던 나무 막대, 오크 나뭇조각, 심지어 톱밥까지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 세상 모든 음식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요리의 비결 헤럴드 맥기 지음/이희건 옮김 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