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면서도 안전하게 우주 여행하기

우주여행 상식

중력 실종

균형

우리는 어느 방향이 아래쪽인지 알 수 있는 능력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우리가 아래쪽 방향을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감각이 단서를 제공해줍니다. 근육과 관절, 귓속에 있는 전정기관, 그리고 지면에 대해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시각적 정보로 제공하는 눈 등이 있습니다.

전정기관은 방향과 속력 변화뿐만 아니라 중력의 방향에도 민감합니다.(그렇지만 전정기관은 우리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움직이는 속력에 대한 정보는 눈과 피부에 스치는 바람으로 얻습니다.) 전정기관은 이석耳石 이라고 부르는 작은 칼슘 덩어리를 기본으로 한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석은 부동 섬모라는 털 끝부분에 붙어있습니다. 이석은 작지만 몸에 가속이 일어날 때 부동 섬모를 휘어지게 할 장도로 충분히 무겁습니다. 부동섬모의 움직임은 그 밑에 있는 신경에서 감지하여 그 정보를 뇌로 보냅니다. 우리가 정지하고 있거나 일정한 속도로 움직일 때에는 부동 섬모는 고정된 각도로 유지되기 때문에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않습니다.

미소중력이나 과중력상태에서 우주여행자들은 움직임에 대한 감각이 실제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걸 경험합니다. 그 결과로 안구가 빠르게 돌발적으로 움직이고, 현기증, 세상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 지구 저궤도로 올라간다든지 할 때처럼 중력의 변화를 느끼는 동안이나 그 직후에 여러분은 육체적∙정신적 임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스위치를 누른다든가, 자판을 두들긴다든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간다든가 하는 것처럼 운동신경의 정확한 작동이 필요한 활동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이 가라앉은 뒤에도 여러분은 어느 쪽이 아래쪽인지, 그것이 지구 쪽인지 또는 우주선 표면 쪽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발이 있는 쪽을 자동적으로 아래쪽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주변의 물체들에서 단서를 얻어 아래쪽을 판단합니다. 우주선에는 중력 실종 때문에 위아래 방향을 분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위아래 방향을 알 수 있도록 페인트로 색을 칠해 놓았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신체부위들이 서로에 대해 또는 주변의 물체들에 대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 미소중력상태에서 물체를 잡으려고 손을 뻗으면, 손은 그 물체를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평소에 주변에 대한 자신의 위치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던 중력의 단서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위치나 자세나 평형에 연관된 자극을 인식하는 것을 자기 수용 proprioception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자기 수용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두 팔을 앞으로 죽 뻗고 손가락 끝을 바라보면서 둘을 합쳐보십시오. 정상적인 운동신경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것은 일도 아닙니다. 이번에는 눈을 감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최대한 뒤로 뻗은 뒤, 양손의 손가락 끝이 서로 맞닿도록 가까이 가져가 보세요.아마 이번 과제는 제대로 해내기가 어려울 덴테, 손을 위로 올려 뒤로 젖혔을 때 손의 위치를 잘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술을 마신 사람은 자기 수용능력이 떨어집니다. 경찰이 술 취한 상태를 시험하기 위해 두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코를 만져보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우주에서는 물체를 옮기는 것도 처음에는 쉽지가 않습니다. 미소중력상태에서 물체를 옮기려고 하면, 무게는 전혀 없지만 질량은 여전히 있습니다. 모든 물체는 질량 때문에 관성을 가지는데, 관성은 운동의 변화에 저항하는 힘입니다. 미소중력상태에서도 관성은 존재합니다. 이것은 설사 물체가 무게가 없다 하더라도 그것을 움직이려면 힘을 가하는 게 필요함을 뜻합니다. 벽돌이나 솜뭉치도 손을 대지 않고서는 표면에서 위로 솟아오르지 않습니다. 물체를 움직이려면 손을 잘 다루어야 합니다. 많은 우주비행사는 우주에서 물체를 움직이려면 얼마만한 힘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렇지만 몇 시간만 연습하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우주적응증후군

우주에 나간 사람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소중력 상태에서 처음 며칠을 보내는 동안 우주적응 증후군 또는 우주멀미라고 부르는 것을 겪게 됩니다. 이 증후군의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력 변화, 체액재분배, 소화계 변화 등과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증상으로는 감기 증세,졸음, 방향감 상실, 발한, 두통, 식욕부진, 짜증, 의욕 상실, 위결절위 결절, 갑작스런 구토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지구에서 멀미가 잘 나지 않는 사람도 우주여행에 나서면 우주적응 증후군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주 불행한 이 증후군이 불러오는 가장 위험한 결과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과 구토입니다. 잘못된 결정은 우주선이나 탑승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구토는 우주복을 입은 상태에서 할 경우 치명적이니 결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밀폐된 우주복 안에서 구토물은 달리 갈 곳이 없기 때문에 구역질을 더 유발할 수 있고, 결국에는 자신이 토해낸 것을 코로 들이쉬게 될 것입니다. 페에 들어간 이물질을 빨리 제거하지 못하면 질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지금은 우주비행사가 우주공간으로 나가고 나서 사흘이 지나기 전까지는 우주복을 입는 활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주적응 증후군은 우주 비행사를 가장 많이 괴롭히는 병인데, 우주에서 복용하는 의약품의 절반 이상이 우주적응증후군 때문입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약과 예방약은 항히스타민제인데, 이것을 복용하면 졸음이 옵니다. 그렇지만 우주에서 일할 때에는 마음 놓고 푹 쉴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각성제를 함께 복용할 때가 많습니다.

 

우주에서 의약품의 효과

우주여행을 떠나기 전과 여행 중 그리고 여행이 끝난 뒤에 여러분은 우주에서 걸릴지도 모르는 병에 어떤 약을 써야 할지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주에서는 많은 약의 유효 용량이 지구에 있을 때와 다른데, 약이 흡수되는 정도가 중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많은 약은 유효기간도 지구에서보다 짧아집니다. 약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효과가 없어지거나 테트라 사이 크린처럼 분해되어 독성을 띠게 되면,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우주비행사들은 유효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약인데도 효과가 전혀 없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구에서 권장하는 것과 비슷한 온도와 습도에서 약을 보관했는데도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과학자들은 약이 복사에 노출된 것이 원인이 되어 우주에서 약효가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쓰는 경우에 대해 모든 의약품의 복용량은 재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성을 절반쯤 갔을 때 의약품을 복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그 약이 전혀 효과가 없다면 낭패를 보지 않겠습니까?

그냥 약국에서 사거나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약의 다양성에 비해 지금까지 우주에서 약을 복용할 사람의 수가 비교적 적은 것을 고려한다면, 여러분은 미소중력 상태일 때의 용량이나 안정성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의약품을 복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그러한 의약품에 대해 여러분의 몸이 보이는 반응은 의학지식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한가닥 위안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닐 커민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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