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습득이론 2

아 선생의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외국어 습득 이론 2
스미스는 왜 동막골의 영어 선생과 말이 안 통한 걸까?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동막골에 폭격기와 함께 추락한 미군 장교 스미스에게 마을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서당 선생이 와서 묻습니다. “하우 아~유? 부상까지 당한 채 묶여 있는 스미스에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How are you?”라며 인사를 건네는 서당 선생이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그래서 스미스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How do you think I am? Look at me! How do you think I am?(대체 지금 내가 어떻다고 생각하시오? 날 봐요 지금 내가 어떤 것 같소?) 조금의 침묵이 흐른 후, 대체 저 코 큰 사람이 뭐라고 하는지를 묻는 마을 이장에게 서당 선생이 자신의 영어 책을 넌지시 보여주면서 하는 말. “여기 보시다시피, 제가 ‘하우 아~유?라고 하면, 저쪽에서는 “파인, 앤드 유~?라고 해야 하는데 ….” 스미스와의 대화는 거기까지! 이 영화에서 서당 선생과 스미스 사이에 더 이상의 잉글리시는 없습니다.

영화 설정상, 나름대로 영어를 공부하고 또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아선생님은 그것이 서당 선생이 영어를 배운 방식이 철저하게 Behaviorism(행동주의)에 기초한 영어 교육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이 장면은 행동주의에 기초한 영어 교육이 가진 한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접어든 지 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한국 영어 교육의 주류를 지배하고 있는 이 행동주의란 무엇이고, 행동주의자(behaviorist)들이 주장하는 언어 교육 방식은 어떤 것일까요?

행동주의 심리학은 우리가 학창 시절 때 배운 그 유명한 파블로프의 실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개에게 종소리를 울린 후에 먹이를 주는 행동을 반복적을 했더니 나중에는 먹이를 주지 않고 종소리만 울려도 침을 흘리더라는 그 유명한 실험 말입니다. 이 실험에서 보이듯이, 행동주의란 ‘자극(stimulus)과 반응(response)의 연합’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파블로프가 개에게 가한 모든 행위(반복적으로 종소리를 울려주면서 먹이를 주었던)는 ‘자극’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러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받은 개가 나중에는 먹이를 주지 않고 종소리만 울려도 침을 흘리는 현상은 그 자극에 대한 개의’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블로프가 발견한, 어찌 보면 간단한 이 원리를 교육학에 접목시킨 것이 바로 행동주의 학습 이론입니다.


그렇다면 이 행동주의 학습 이론이 영어 교육에서는 어떻게 응용될까요? 몇 해 전 한국의 한 초등학교 영어 교사가 어느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영어 실력 향상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유~비결 같은 건 없어요. 무조건 많이 듣고 따라 하면 되게 돼 있어요”라고 했다는데, 그가 바로 전형적인 행동주의식 영어 교육자라고 보면 보면 됩니다. 이렇게 행동주의자(behaviorist)들은 언어 습득 고정의 핵심을 ‘모방(imitation)’과 ‘연습(practice)’으로 봅니다. 외국어 습득 이론을 공부할 때 등장하는 대표적인 행동주의자인 Robert Lado는 언어를 배우는 걸 “모바과 연습을 통한 정확한 습관 형성의 과정”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쉽게 말해, 독자님의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이유는 한국어를 말할 때 필요한 “한 세트의 습과”(A set of habits)을 이미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게 Lado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이 습관을 형성한 과정은 “모방과 연습”을 통해서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영어 또한 학습지에게 무조건 반복해서 들려주고 따라 하게 되면, 결국은 정확한 영어 사용 습관(A new set of habits)이 몸에 배이게 되어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그를 비롯한 행동주의자들의 주장입니다.

그럼, 여기서 행동주의식 영어 수업의 구체적인 예를 하나 살펴봅시다. 대한민국에서 중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안과 민호의 다음 대화를 기억할 것입니다. 
Jane: How are you?
Min-ho: fine, thank you. And you?
Jane: I’m fine, too
우리가 이 인사말을 어떻게 배웠는지 기억을 한번 더듬어 봅시다. 카세트에서 흘러 나오는 네이티브 스피커를 따라서, 혹은 영어 선생님을 따라서 마르고 닳도록 반복해서 이 문장들을 따라 했던 기억이 생생하지 않으신가요? 그 결과 우리는 “How are you?”라는 말을 들으면 생각할 것도 없이 반사적으로 “Fine, thank you! And you?”라는 말이 튀어나옵니다. 그야말로, 모방을 통해 “습관을 형성”해 버린 것입니다.! 마치 종소리를 들으면 곧바로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견공처럼! 아 선생이 일하고 있는 대학의 미국인 영어 강사들이 “How are you?”라고 했을 때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즉각 대답하면 십중팔구(9 out of 10) 한국 사람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입니다. 이것이 바로 대표적인 행동주의식 영어 교육 방식입니다.


행동주의식 영어 교육의 또 다른 접근 방식은 비교 대조 분석 이론(Contrastive Analysis Hypothesis)인데, 이는 모국어와 해당 외국어의 차이점을 분석해서 집중 공략하는 방식의 수업입니다. 쉬운 예로, 한국어의 ‘ㄹ’과 영어의  ‘R’/’L’발음의 차이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영어를 할 때 이 발음을 유독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발음 수업에서는 항상 R’과 ‘L’ 발음이 집중 공략의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rice/lice 같은 류의 단어 그룹을 만들어서 집중적으로 연습시킵니다. 이는 학습자의 몸에 이미 벤 “모국어를 발음하던 그 습관”이 새로운 언어 습관을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두 언어의 차이점을 특히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행동주의자들이 고안해 낸 교수법입니다.


그런데 이 행동주의식 언어 교육 방식에 대체 무슨 문제점이 있기에, 철저하게 행동주의식 교수법을 따르던 한국의 영어 교육이 지금과 같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일까요? 언어 교육학에서 이 행동주의 이론의 문제점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분이 한 분 계시는데, 바로 Noam Chomsky다. 사실 이분, 언어 교육학뿐만 아니라 언어와 관계되는 모든 학문에 반드시 행차하시는 어르신입니다. Chomsky는 행동주의 이론이 설명하는 언어 습득의 과정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면서 이에 완전히 반하는 내용의 논문을 썼습니다. 그는 인간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동물들의 “자극과 반응에 따른 행동”(조건 반사)처럼 결코 “모방과 연습”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셨습니다. 또한, 인간은 “백지상태”(tabula rasa)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언어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문법 체계”(Universal Grammar)를 가지고 있는 언어 습득 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를 이미 두뇌 속에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로 이 장치가 특정 언어의 몇 가지 샘플을 받아들이게 되면, 그것들을 알아서 분석하면서 해당 언어가 가진 문법 체계를 성장시켜 나가는데, 이 과정이 바로 언어 습득의 과정이라고 Chomsky는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언어 습득 과정은 행동주의자의 말처럼 “모방과 연습”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이 언어 습득 장치가 해당 언어의 다양한 샘플을 받아들여 분석하고 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당 언어의 문법 체계를 차츰차츰 성장시켜가는 과정이라는데…., 혹시, Chomsky 이 양반의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긴가민가하시는 독자분은 막 한국어를 배워서 말을 하기 시작하는 어린아이를 한번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어른의 입에서는 결코 나오지 않을 법한 말을 한다든가, 혹은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문법 실수를 한다든가 하는 것들은 행동주의자의 말처럼 모방을 통해서만 언어를 습득한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현상들입니다. 즉, 어린아이들이 어른이 하는 말만 모방해서 언어를 배운다면 그들이 말하는 문장이 짧으나마 어른들의 문장만큼 완벽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그런가 말입니다. 아선생말, 아니 Chomsky선생님 말 맞지? Chomsky의 이 이론은 당시의 언어학계를 빈대떡 뒤집듯이 확 뒤집어 놓았고, 이에 따라 외국어 교육학 분야에서도 덩달아 신선한 새 바람이 일게 됩니다. 이 새바람이 곧 돌풍을 일으키면서 행동주의식 영어 교육의 문제점이 속속들이 지적되기 시작합니다.
첫째, 행동주의식 영어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들이 교수법이 ‘모방’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인데, 모방만 주야장천 해서는 해당 언어로 자기 생각을 자기 말로 나타내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둘째, 행동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실제 영어 학습자가 만들어 내는 모든 실수가 모국어 습관 때문만은 아니더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극히 일부일 뿐, 외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을 설명해 주지는 못하더라는 말입니다. 외국어를 배울 때 나타나는 그 수많은 현상들이 단지 모국어 습관 때문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외국어 습득의 과정이 너무도 복잡다단하더라는 사실은 이 분야의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이미 증명해 왔습니다.
셋째, Ellis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행동주의자들이 애용하는 비교 대조 분석 이론(Contrastive Analysis Hyothesis)하거나 너무 “한정짓게(restrictive) 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주의식 영어 교수법이 잘못된 헌 교육 방식이라고 헌신짝 버리듯이 버리지는 마시길∙∙∙. 새신을 신고 뛰다가도 간혹 헌신이 필요한 순간도 있더라는게 이 아 선생이 40년 조금 넘게 살면서 터득한 지혜입니다. 미국 교실에서도 행동주의식 교수법을 일부 채택하여 응용하는 영어 강사들이 여전히 있으며, 아 선생도 발음 교육에 한해서는 비교 대조 분석 이론(Contrastive Analysis Hypothesis)을 기반으로 한 접근 방식으로 상당한 효과를 봤던 편입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행동주의식 영어 교수법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거기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자는 것이지, 그것을 깡그리 무시해 보리자는 뜻은 아니라는 말씀!
3탄도 준비되는 데로 올리겠습니다. 

영어 공부에 도움이 습득이론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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