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계란)의 여러 가지 종류와 구분 법 알아보기

좁은 케이지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달걀들

3개 농장에서 4만 마리 정도의 닭은 키우며 달걀을 생산하는 에덴농장은 그 동네 토박이였습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주위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며 유기농 쌀과 달걀 등에 심혈을 기울여 온 손부남 대표의 농장으로, 이제 그 아들 손성운 씨가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었습니다. 40대의 젊은 경영자는 부지런하고 활동적으로 보였습니다. 손성운 씨의 설명을 듣고 보니 달걀의 종류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공부한 내용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가장 값싼 달걀(즉 아무런 특이함도 강조할 것이 없는 달걀)

좁은 케이지에서 사육

닭이 허리도 못 펴고 뒤도 돌아보지 못할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밤에도 불을 켜 알을 낳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일반 사료 사용

즉 대개는 수입된 곡류가 다량 포함된 사료이며, 사료로 쓰이는 값싼 수입 옥수수는 유전자 조작(GMO) 식품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항생제를 섞어 먹이며 산란 촉진제나 착색료를 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항생제를 쓰는 것은 좁은 케이지에서 키우느라 닭의 건강이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병에 걸리기 쉬우니 항생제를 늘 먹이게 됩니다. 또한 이른 시일 내에 많은 알을 낳게 하기 위해 산란촉진제를 씁니다. 밤에도 조명을 비추니 닭들은 밤낮으로 먹고 알을 자주 낳습니다. 그러다 보면 닭이 약해지고 수명이 짧아집니다. 닭끼리 부리고 쪼아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리를 자르는 것도 일반화된 사육 방식입니다. 착색료는 노른자의 색깔을 진하게 만들기 위해서 씁니다.

2. 무항생제 인증 달걀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생산하여 공식적으로 인증을 받은 달걀

이 달걀의 핵심은 무항생제입니다. 따라서 1의 방식으로 같이 키우면서 사료에서 항생제만 먹이지 않아도, ‘무항생제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좁은 케이지에서 밤낮없이 알을 낳게 하고, 심지어 착색제나 산란 촉진제를 써도 항생제만 안 쓰면 무항생제 인증마크를 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무항생제 인증으로 친환경 마크가 찍혔다 해도, 일반 값싼 달걀과의 차별성이 그뿐이라면 그리 엄청나게 건강한 달걀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케이지에서 키우므로, 닭이 건강하지 않음으로 진드기 때문에 살충제 같은 것을 쓸 수도 있습니다. 2017년에 터진 살충제 달걀이 이런 경우입니다. 하지만 항생제는 쓰지 않았으니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것이고, 그래서 ‘친환경’ 달걀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친환경에도 수준이 있음을 기억합시다.

3. 무색소, 무산란촉지제 등을 밝혀 놓은 달걀

역시 착색제나 산란촉진제만 먹이지 않았을 뿐, 1의 방식으로 똑같이 키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무항생제는 인증 제도라도 있지만, 무색소나 무산란촉진제는 그나마의 인증 절차도 없습니다. 그냥 농가가 그렇다고 주장하니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색소와 무산란촉진제라고 밝혀 놓고 무항생제 인증이 없는 달걀은, 항생제를 써서 키웠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다른 약품으로부터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4. 목초액, 녹차, 인삼 등 특정 사료를 내세운 달걀

역시 사료에 그 재료들을 섞어 먹였다는 것일 뿐 다른 조건은 동일합니다. 게다가 닭의 건강을 위해 사료에 섞었다는 그 재료들이 정말 닭이나 달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사료에 얼마나 섞인 것인지도 따져 볼 수 없습니다. 아주 조금 사료에 섞고, 포장지에만 내세워도 거짓말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정도까지가 비교적 값이 저렴한 달걀입니다. 설명을 듣고나니, 왜 무항생제니 인삼이니 하는 것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값이 이토록 저렴한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결국 층층이 만들어 놓은 좁은 케이지에서 밤낮없이 달걀만 뽑아내는 방식이란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진짜! 유정란과 방사란

여기에서 질의 차원이 달라지는 것이 유정방사란 말이 붙기 시작하는 달걀부터입니다.

5. 유정란(有情卵)

• 암탉과 수탉을 섞어 키워, 수정(受精)을 하고 낳았을 가능성이 높은 달걀

암탉은 수탉과 수정을 하지 않고서도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병아리로 부화할 수 없는 무정란입니다. 즉 유정란은 부화하면 병아리가 될 수 있는 달걀이고, 따라서 비교적 건강한 달걀이라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물론 암수를 섞어 키운다고 모두 부화할 수 있는 달걀이 물론 암수를 섞어 키운다고 모두 부화할 수 있는 달걀이 나온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유정란을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부화율’, 즉 생산된 달걀 중 몇 퍼센트가 부화할 수 있는 달걀인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유정란을 생산하려면 어때야 할까요? 그렇다면 제대로 된 유정란을 생산하려면 어때야 할까요? 암수의 비율이 적절해야 하며, 암탉 100만리에 수탉 한 마리를 함께 키우고서, 생산된 달걀을 모두 유정란이라 우긴다면 그건 사기입니다.

게다가 한국에는 유정란 인증을 매기는 제도가 없습니다. 유정란 여부는 오로지 생산자의 양심에 맡겨져 있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유정란이 되려면 방사(放飼), 즉 케이지가 아닌 평평한 단층의 시설에서 닭들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필수 요건이 됩니다. 방사란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6.방사란(放飼卵)

케이지가 아닌 넓은 계사(鷄舍)에 풀어놓아 키운 닭에서 생산된 달걀

이런 달걀은 당연히 항생제, 색소, 산란촉진제 따위로 달걀의 격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고, 방사를 하니 당연히 암수를 섞어 유정란을 생산하기도 쉬워집니다. 생협 등에서 파는 달걀에 대개 방사 유정란이라고만 쓰여 있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나머지 사항은 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방사란도 인증 절차는 없습니다. 생산자의 양심에 맡겨져 있습니다.

7 동물 복지 인증 달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 보호 관리 시스템에 의해 일정한 기준을 갖추어 생산하고 인증된 달걀

축산 농가에는 동물 복지 축산 농장이라는 인증 마크, 생산 달걀에는 동물 복지라고 쓰인 인증 마크를 붙입니다. 이런 농장과 달걀 판매처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 보호 관리 시스템 사이트(http://www.animal.go.kr)에 계시해 놓았습니다.

이 사이트에 의하면 동물 복지는 배고픔과 갈증, 영양 불량으로부터의 자유,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통증상해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5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물 복지 인증이 자유 방목 수준까지의 사육 환경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동물 복지 인증 마크를 단 달걀일지라도 자유 방목을 하지 않은 달걀이 더 많습니다. 위의 사이트에 의하면 2017년 현재 달걀 생산 동물 복지 축산 농장은 87곳인데 이 중 자유 방목까지 하는 농장은 불과 15곳뿐입니다.

물론 이런 인증 절차가 있으면 헷갈리게 하는 여러 상술도 있게 마련입니다. 동물 복지 인증 마크를 달지 않은 채, 포장지에 동물 복지를 연상시키는 문구를 넣은 달걀도 있으니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나마 공식적 인증 절차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눈 밝고 꼼꼼한 소비자라면 가려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8. 유기농 달걀

암수 섞어 방사, 유기농 사료 등 유기 생산의 기준으로 생산되고 인증을 받은 달걀

당연히 항생제, 착색제, 산란촉진제 등의 약품을 안 쓰는 것은 기본입니다. 또 암수를 섞어 시원스레 방사한 동물 복지 방사 유정란의 조건도 기본적으로 갖추었습니다. 여기에 유기농 사료까지 먹여 생산한 것이 유기농 달걀입니다. 즉 모든 유기농 달걀은 무항생제, 무산란촉진제, 무착색제, 동물 복지 방사 유정란입니다. 일반적인 동물 복지 방사 유정란과 유기농 달걀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유기농 사료여부입니다.

유기농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지켜야 합니다. 부근에 잡초가 있어도 제초제를 뿌릴 수 없습니다. 방사하여 키우는 닭이 돌아다니면서 제초제 뿌린 잡초를 쪼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병아리를 사다가 3개월을 유기농 사료만 먹여야 유기농 달걀이라고 팔 수 있습니다. 병아리 때에는 내내 일반 사료를 먹이다가 달걀 출하할 때에만 살짝 유기농 사료로 바꾸는 편법을 쓰면 안 돼기 때문입니다. 유기농 사료를 먹이기 시작한 지 3개월이 되 전에 낳은 달걀은 유기농 전환’ 임을 밝히거나 그냥’ 방사 유정란으로 팔아야 합니다.

이쯤 되면 당연히 질문이 떠오릅니다. 일반적인 방사 유정란 급까지의 달걀은 어떤 사료를 먹여 생산된 것인가 하는 질문 말입니다.당연히 유기농으로 키우지 않고 농약, 화학 비료를 써서 키운 사료입니다. 그리고 값싼 유전자 조작(GMO) 수입 곡물이 사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들은 닭과 달걀을 통해 사람 몸에 들어올 것입니다.

생산비는 높고 이윤은 낮으니 모두 유기농 달걀만 생산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문제는 값입니다. 유기농 사료의 수입가가 워낙 비쌉니다. 생산 원가가 거의 두 배 수준입니다. 그러니 납품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소비자 가격을 높일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생산비가 많이 든다 해도, 달걀 한 개에 1000원을 받을 수 없는 노릇 아닌가요..그러니 소매상인들이 유기농 달걀을 판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윤은 박하고 찾는 소비자도 많이 않다면, 누가 귀찮게 이런 물건을 취급할까요. 어쩐지! 생협이나 이름 난 친환경 식품 판매장에도 유기농 달걀이 아닌 그냥 방사 유정란만 놓여 있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돈 때문에 에덴농장도 무작정 유기농 달걀만 생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물 복지 방사 유정란과, 유기농 사료를 먹인 유기농 인증’ 달걀,이 두 가지를 함께 생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유기농의 비중이 자꾸 줄어듭니다.

이 취재를 끝내고 난 후 나는 에덴농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유기농 달걀을 사 먹고 있습니다. 농장에 직접 주문할 때에는 전화로 주문합니다. 물론 팔도 디렉트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좀 비싸긴 합니다. 에덴농원과 직구를 하면 40개에 배송비 포함 26500, 팔도다이렉트를 통하면 280000원입니다. 유기농 달걀을 취급하는 다른 농가에서도 이렇게 30~40개씩 택배 주문을 받아 직거래한다고 합니다. 개당 가격이 600원이 넘으니, 결코 싼 가격은 아닙니다. 하지만 웬만한 동물 복지 방사 유정란도 개당 400원이 훌쩍 넘으니 약간만 무리를 하면 못 먹을 수준은 아닙니다. 물론 이 약간이 무리가 참 힘들긴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조류 독감 파동과 살충제 달걀 파동이 난 후에는 좀 달라졌습니다. 달걀 값이 워낙 비싸졌고 불안감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돈 조금 들이더라도 안전한 달걀 사 먹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달걀(계란)의 여러 가지 종류와 구분 법 알아보기'

위대한 식재료이영미 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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