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하는 건축에 대하여 간단하게 알아보기

자연과 교감하는 건축,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물 좋고 숲이 울창한 산골짜기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폭포 위에 집이 한 채 있어요. 캔틸레버 구조의 콘크리트 테라스와 돌벽으로 세워진 이 집은 품성 좋은 사람의 바른 자세처럼 반듯하게 서서 숲에 안긴 듯, 바위를 품은 듯 계절이 바뀌면서 달라지는 풍광과 더불어 자연과 완벽하게 교감하고 있어요.

미국 펜실베이니아 산악 지역 숲속에서 금세기 최고의 자연 친화 주택이라는 명성을 뽐내며 사시사철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이 집의 이름은 ‘Fallingwater’, 한국어 낙수장이 예요.

이 집을 설계한 사람은 건축 문화사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예요.

그는 자존심이 강하고 그의 말처럼 실제로 위대한 건축가였어요. 1867년에 태어나 1959년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총 1,141개의 작품을 디자인했어요.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만도 409점에 이르지요.

많이 했다고 꼭 위대한가요? 뭘 했는지가 중요하지요. 뭘 했는지보다 어떻게 왜 했는지가 더 중요하죠. 그게 왜 중요하죠? 왜냐하면 건축가의 행위는 시대의 감성과 문화를 조성하기 때문이죠.

라이트는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에 대해 무엇보다 자연과의 교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당연한 생각 아닌가요? 생각만큼 쉽진 않죠. 건축을 통해 원래 자연과는 다른 인위적인 공간이 생기는 법이니까요.

건축은 전통과 지역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여겼던 그는 일찍부터 미국 정서를 대표하는 자연 친화적 건축가로 이름을 날렸지요.

미국의 전통 양식과 중서부 초원 지대의 감성을 살린 프레리 주택 시리즈가 대표적이죠.

그러나 1920년대부터 세계 건축의 흐름은 유럽발 국제주의 양식이 대세였어요.

그로피우스, 미스 반 데어 로에 같은 건축가들이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미국 또한 그 드로가 르 코르뷔지에 같은 거장이 주도하는 국제주의 양식과 모더니즘에 경도되었지요.

예순을 넘긴 라이트는 이제 세계 건축계의 뒷전으로 밀려나는 듯했죠.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위스콘신주의 한적한 곳에 텔리에신이라는 기숙학교를 세웠어요. 그곳에서 배움의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신의 사상과 건축 철학을 계속 이어갔어요.

그 무렵 탤리에 신 학생 중에 에드거 코프먼 주니어가 있었는데, 그 아버지 에드거 J. 코프먼은 남성보과 백화점 사업을 하는 갑부였어요.

코프먼과 라이트의 만남은 단순한 학부모와 선생의 면담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20세기 가장 유명한 건축주와 건축가의 역사적인 만남이었지요.

코프먼은 라이트에게 가족을 위한 주말 주택 설계를 의뢰했는데, 숲이 울창한 계곡 현장에 도착한 라이트는 건축사에 길이 남을 아이디어를 떠올렸지요.

그가 떠올린 구상을 스케치로 본 코프먼은 깜짝 놀랐지요. 집은 외부와 차단된 안락한 공간이라는 흔한 통념을 깨고 자연을 집 안으로까지 끌어들여 거주하는 사람을 자연과 하나가 되게 하려는 전무후무한 시도는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경사가 가파른 계곡의 모습을 그대로 둔 채 바위와 나무의 원래 형태를 살리고, 돌과 목재를 주변에서 그대로 가져다 쓰며 현대식 공법은 꼭 필요한 만큼만 도입해서 유기적인 형태의 집을 지어나갔어요. 토목기사와 싸우고 간 축주하고도 싸우면서 당초 예상했던 공사비를 훌쩍 뛰어넘는 돈을 쏟아부은 끝에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집이 계곡에 세웠어요. 낙수장은 건축사적 의미에서 기능주의를 거부한 전통의 승리였고 모더니즘 양식이 어떻게 자연과 조화되는 건축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천재적이고 모범적이 사례였어요. 집에 물이 좀 센다든지, 폭포 소리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잔다든지 하는 불편으로 결국 오래 지내지 못했으며 지금은 누구도 살지 않는 집이지만 그 아름답고 이색적인 모습을 직접 보려고 찾아오는 방문객이 연간 15만 명에 이른다고 하지요.

건축가들은 위대한 작품을 창조하고 싶어 하는 예술가의 열정과 논리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공학자의 이성을 함께 지니지요.

수많은 건축가에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라는 이름은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며, 낙수장은 일생에 걸쳐 한 점 남기고픈 걸작의 대명사일 것이지요.

 출처 : Dear 20th Century 친애하는 20세기  김재훈지음 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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